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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묘를 데려오기로 결정 했을 때,
마침 유기묘들을 맡고 있는 동물병원이 있다 해서 일부러 찾아간 적이 있다. 

한 칸 짜리 좁은 공간에,
커다란 삼색고양이, 올검 좀 작은 고양이, 치즈태비 노란둥이 아깽이까지, 
총 세 마리가 들어 있었다. 

음- 난 아깽이가 좋으니까 이미 다 큰 삼색이는 패스.
음- 올검은 왠지 좀 무서우니까 패스.
음- 이 노란둥이가 그나마 아깽이에 가깝긴 한데,
막상 데려가서 같이 산다고 생각하니,
어딘가 외모가.. 좀.. 마음에.. 

아아 근데 노란둥이가 유리문 앞까지 나와서,
나를 보고 삐약삐약 울기까지 하네..

이걸 패스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정말 휘몰아치는 갈등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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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유기묘를 들인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선가 혼자가 되어버린 아이의 생존을 책임진다는 것인데,

지금 내 눈 앞에 유기묘가 (세 마리나) 있고,
내가 이들 중에 적어도 한 마리는 구해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깟 고양이 생김새 때문에 여기서 그냥 돌아선다면,

이는 애초에 유기묘를 들이자는 취지에서 벗어난 행동이 아닌가. 
나는 이미 버려진 이 아이를 또 한 번 버린 것이 아닌가

그렇게 그 앞에 한참을 앉아서 고민하다가,
결국은 그냥 그 병원을 나섰다. 

마침 나를 안내해주었던 병원 직원이 다른 일을 하고 있었더래서,
나는 몰래 도망치듯 빠져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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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직원은 무수히 보았겠지. 

유기묘 보러 왔다며 당당히 들어와서,
유리창 너머로 흘깃 고양이들을 살펴보고는,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빼버린 나 같은 사람들을. 

하지만,

부끄럽고,
미안하지만,

솔직한 말로,

앞으로 평생을 보살펴야 할 아이를,
마음이 100% 내키는 것도 아닌데,
좋은 취지라는 것만을 이유로 냉큼 데려올 만한 용기가,

그 때의 나에게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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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 외모지상주의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가. 

버려진 고양이 사이에서도 외모순으로 새 반려인을 만나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 

그 날 그 일에 대해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우리가족은 온 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를 규탄하며,

다음 번에는 데려올 수 있는 아이는 무조건 데려오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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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꼼수는, 내 비록 사진 몇 장 받아보긴 했지만, 
구조하신 분이랑 연락을 시작했던 그 순간, 
이미 우리 집에 데려오는 걸로 마음을 굳게 먹었던 케이스. 

물론, 그래서 내가 외모지상주의를 타파했다 할 수 있나- 하면,
외모 안 따지고 데려온 꼼수가 마침 잘 생겨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음.. 아마도 난 아직 멀은 듯. ㅠㅗㅠ

다만,

꼼수는 못 생겼다- 라고 직언을 날리시던, 취향이 나와 전혀 다른 어무이께서,
지금은 꼼수를 품에 안은 채 아구 이쁜 것- 을 입에 달고 사시는 걸 보면,

이 외모지상주의라는 것이,
아주 극복 불가능한 일도 아닌 것 같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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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유기묘 입양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당신의 외모가 마음에 안 들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평생을 길러주신 당신의 부모님을 생각하며,


어떤 아이든 기쁜 마음으로 맞을 준비가 되었을 때, 
그 때, 당신의 묘연을 찾아나서주기를


뭣이! 내가 못 생겼냐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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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