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먹먹'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01.23 베리드 (1)
  2. 2011.01.14 눈을 떠야 한다 (4)
  3. 2010.03.02 싱글맨 -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베리드

my mbc/cinéma 2011.01.23 20:46





#.


감독 로드리고 코르테스가 처음 이 영화 시나리오를 들고 헐리우드 문을 두드렸을 때,


러닝타임 내내 관 속에 틀어박힌 남자 말고는 보여주는 게 없다니 뭐 어쩌쟈는 거냐며 거절당했었다고,


그런 얘기를 어디서 줏어들은 적이 있었는데,


라이언레이놀즈가 기적적으로 오케이를 해주셨다는 뭐 그런거였던 듯.





그래서 궁금했다.


그래, 뭐 어쩌자는건데?













#.


한 시간 반 동안 영화는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가 있을 수 있는 비좁은 공간만을 보여주지만,


앵간한 블록버스터 스릴러 액션 영화보다 훨씬 더 긴장감 넘치고 흥미진진하다.





물론 흥미진진하다고 하기엔 불쌍한 주인공에게 좀 못 할 말 같기도 하고;ㅁ;











#.


과연 어떤 요소가 이렇게 미칠듯한 긴장감을 부여하느냐 하면,





바로 인간이다.





그가 속해 있던 사회의 사람들,


그를 이 지경으로 만든 다른 사회의 사람들,


그리고 그가 이 사건으로 인해 새롭게 연루 된 모든 사람들.








그를 미치게 만드는 건,





점점 희박해지는 공기도,


조금씩 떨어지는 모래도,


자꾸 흘러만가는 시간도 아닌,





바로 그 사람들이다.











#.


감독은 주인공과 연락이 닿는 모든 사람들을 통하여,





우리가 의심 없이 믿고 있는 인간 관계를 비웃고,


특히 그 잘난 미국 사회도 한껏 비웃는다.





내 뒤에서 의자를 계속 차대며 4D 감상을 도와주던 그 놈은,


늘상 개콘 방청객 버금가는 큰 웃음으로 호응하기도 했다.


 이놈- 확 묻어버릴라.





세상을 향한 감독의 조소어린 시선이란,


정말 헛 웃음이 피식피식 빠져나오게 만드는 그런 것이어서,





정말이지 눈물이 다 날 뻔 했다.








당신들의 그 잘난 이념,


당신들의 그 잘난 원칙,


당신들의 그 잘난 시스템이,





한 사람, 혹은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한 번 보라고.





연락이 닿을 수는 있어도, 정작 필요한 소통은 할 수 없는,


당신들의 그 답답한 사회의 일면을 한 번 들여다 보라고,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


생각해보면 전화라는 게 진짜 웃기는거다.


오죽하면 무인도에 가져갈 수 있는 세 가지 물건 중 휴대폰이 꼭 들어갈 정도니.








인간 세상을 살면서 소통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지금 존재하는 무수한 매체들, 우리가 자유롭게 나다니며 사용하는 모든 것들도,


결국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어주는 기능 외에는 뭐 별 다른 기능이 없지 않나.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소통을 위한 매체 및 기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모든 것으로부터 나를 단절시키는 생매장이란 건 정말 무서운 일이라는 생각이;ㅁ;








그러니까 이라크 납치범님들께서도,




그 사실을 느므나 잘 아신 나머지 빠떼리 만빵 채운 핸드폰을 같이 넣어주신 것 아닌가.


아이폰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살짝 생각했음








핸드폰과 함께 매장 당한 게 나을까,


차라리 아무것도 없이 매장 당한 게 나을까.








#.


전화상담원 매뉴얼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면,


좀 더 열린마음으로 상담에 응하는 태도부터 만들어달라-_-











#.


엔딩크레딧과 함께 흘러나오는 상콤발랄한 이 곡,


In the lap of a mountain.





이런 무서운 영화를 만드신 감독님께서 직접 만든 곡이라니 놀랍다.


엔딩곡으로 반전을 노래하시는 분.





노래 끝에 이어지는 박수 소리는,


자신의 영화를 위한 박수인가-_-





왠지 노웨어보이에서 흘러나올 법한 고론 느낌.











17/01/11


@UGC les hal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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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

눈을 떠야 한다

journal 2011.01.14 22:50
틸다 스윈튼이 나오는 영화 아이 엠 러브를 봤다.

영화 감상평을 적기 전에 이렇게 주절대기 시작하는 이유는,
도무지 이런 느낌을 준 영화를 만난 게 너무 오랜만, 혹은 처음이라,
지금 이 기분을 잊어버리기 전에 얼른 글로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을 찾고 리사이징을 하고 뭐라고 감상평을 적을까 고민하는,
작위적인 행동을 하기 이전에,

지금 느껴지는 이 먹먹한 기분을 가진 그대로 주절댈 필요가 있다.


영화가 끝난 뒤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밖으로 나오니
평소 때 나오던 출구와는 다른 방향이었다.

달무리 진 구름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바람에 쓸려 지나가고,
이어폰도 없이 생으로 느끼는 파리의 밤거리에는,
나지막한 조명과 귓가에 울리는 바람소리, 그리고 지나다니는 몇몇 사람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너무 낯설고 이상한 느낌인데 놓치고 싶지가 않아서,
그대로 계속 거리를 걸었다.

몇번이고 지나다닌 길이었는데도 너무 생소한 느낌이라,
사진기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바로 지금 이 장면장면들을 남겨놓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단 말이지.

아무것도 없이 조용한 거리를 지나,
물결이 무섭게 출렁이는 시커먼 센느강도 지나고,
점점 불빛이 많아지고 가게가 많아지고 사람들이 많아지는 중심가로 들어서자,

그 때서야 정신도 조금씩 들고,
발걸음도 조금씩 빨라지고,
버스타고 집에 갈 생각도 들더라.

사람이 많은 복작복작한 거리가,
내가 늘 살아왔던, 서울에서든 파리에서든, 그 곳의 모습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난데없는 남의 나라에 와 있다.

아직 지나지 않은 길도 많이 남아있고,
가보지 않은 곳도 많이 있다.

몇몇 아는 곳, 아는 길이 눈에 익었다고 이제는 지도도 사진기도 안 들고,
마치 이 곳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처럼 그렇게 돌아다니지만,

그건 내가 이 곳에 익숙해진 게 아니라,

주 5일 회사를 다니고 주말에는 집에서 청소하고 빨래하고 잠을 퍼자는,
한국에서와 다를 바 없어진 나의 일상에 익숙해진 것이리라.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고들 말하지만,
그건 꼭 내가 지금 자리한 물리적인 위치를 떠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내가 어디에 떨어지든 결국 그곳에서의 일상은 다시 시작된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눈이 멀어버리는 것과 같다.

내 스스로를 돌이켜볼 수 있는 눈이 멀어버리는 것과 같다.

내가 무엇을 하려고 여기에 와 있는지,
내가 지금 속해있는 곳은 어떤 곳인지,
내 주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그 모든 것들이 익숙해지는 동시에,
나는 나를 객관적으로 보는 능력을 잃는다.


쿵- 하고 엄청난 일이 일어나야지만 정신이 번쩍 들고 눈이 번쩍 뜨인다면,
나에게는 얼마나 많은 사건사고가 필요할까.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마치 처음보는 것처럼 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가슴 속에 알 수 없는 답답한 무언가를 계속 지닌 채로,
나는 지금 매우 안정적이고 평온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믿으며,
물론 그것은 거짓일 수도, 거짓이 아닐 수도 있지만,

여튼 그런 믿음 속에서 더 이상 다른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눈을 떠야 한다.

계속해서 돌이켜보고, 발견해야 한다.



내가 왜 굳이 이것저것 다 버리고 여기까지 와서 이러고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시력은 계속 떨어지고,
나의 뇌는 자꾸 맨들맨들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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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


물론 소수집단도 우리와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와 똑같지는 않습니다.


자유주의자의 히스테릭한 모습은 아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자유주의자의 생각에 빠지면,
흑인과 스웨덴 사람 사이에 아무 차이도 볼 수 없다고 스스로를 속이게 됩니다... ... .

(...)

우리는 소수집단이 보고 행동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고,
소수집단의 결함을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소수집단을 좋아하지 않거나 미워한다고 인정하는 것이
가짜 자유주의 감상주의로 우리 감정을 속이는 것보다 낫습니다.



디자이너 톰 포드가 감독하고 콜린 퍼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의 원작이,
200여페이지 남짓하는 작고 가벼운 책 한 권이라는 사실에 혹 하기도 했고,
한 글자 한 글자 모여들며 시작하는 첫 문장의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 집어들었는데,

이렇게 작은 책을 오래 잡고 있기도 힘들겠다 싶을만큼 질질 끌고 말았다.

그리고 겨우 다 읽었을 때 즈음엔,
하필이면 숀 펜의 밀크를 보고 난 여운이 아직 마음 속에 남아있을 때라,
억지로 이 책을 이해하는 척 하게 되었지만,

사실 난 그냥 그랬음.
오히려 옮긴이의 말에서 감동을 좀 받았달까.


대체 일어나는 사건이라고는,
학교에서, 병원에서, 친구의 집에서, 자기 집에서 마주하는 주변 인물들과의 대화 정도이고,
이야기의 98%가 주인공 의식의 흐름을 쫓아 흘러갈 뿐인데,

대체 이 책을 영화로 만들 땐,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집어냈을까.


먹먹한 그 기분은 생각보다 별로.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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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