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있다고 생각했다.

하얀 눈이 온 동네를 뒤엎고 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을 때,
너도나도 바쁜 출근길에 혼자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고 있었을 때,
아- 이럴 때 눈사람 하나 만들어줘야 하는데 라고 생각했을 때.

하지만 곧,

몰아치는 눈발을 이기지 못 해 우산을 펴 들었고,
회사 앞에서 혼자 눈사람 만들고 있으면 일 없는 애처럼 보일까 걱정했고,
출퇴근길에 북적댈 사람들과 제 시간에 오지 않을 rer을 생각하니 짜증이 났다.


이렇게 예쁘게 눈이 오는데 왜 우산을 굳이 꺼내어 드냐고,
남들의 늙어버린 감수성을 탓하던 때가 나에게도 있었다.


대체 무엇때문에 이렇게 마음이 팍팍해졌나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다.


어른은 나이를 먹는다고 되는 것이 아닌데.

초중고 지나 대학 진학까지 정해진대로 걸어오던 거침없던 인생살이를 벗어나,
내 선택대로 살아가야 하는 길 위에서 직장생활 그거 쪼끔 했다고 쩔어버렸다.



2년의 사회생활 뒤에 툭툭 손 털고 자발적으로 떠나 온 후랑스라,
빡빡시런 일 하나 없이 매일매일이 오블라디오블라다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디에도 자리잡지 않은 일하는 백수는,

이 곳에 남아 있는 모습도,
한국으로 돌아간 모습도,

그 어느 쪽으로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채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린아이의 감수성을 불러일으키는 빠리의 예쁜 배경이 주는 위안도,
결국 눈 녹듯 그새 사라져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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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
일,월,화, 온전한 칩거 무려 3일째.

- 각종 예능프로 섭렵과 동시에 냉장고 싹쓸이
- 기본 취침 시간 새벽 3시
- 오전 11시쯤 깨면 뿌듯해하기
- 드디어 책 읽기 모드 돌입

그런데 내일부터 이틀 동안,
아침 9시부터 약 20시간씩 매어있게 될 수행통역알바가 시작된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문제거니와,
3일만에 집 밖을 나서는 것도 왠지 두렵고,
3일만에 엄마 이외의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도 두려운데,


끔찍한 일기예보.


심지어 경칩도 지났는데,
내일부터는 서울도 대설주의보란다.


왜!

왜!

왜!


여지껏 멀쩡하다가,
내가 집 밖으로 나간다니까 갑자기 난리야.



2008년에 여름제주, 겨울제주, 제주도만 2번을 갔는데,
하필 내가 갈 때만 풍랑주의보가 닥쳐서,
우도고 마라도고 뭔도고 제주도에서 배 한 번 못 타본 기억이 새록새록.

전설의 신풍랑,
이번엔 대설이로군하ㅡ


아아, 드라이 해둔 코트를 다시 꺼내입어야 하나.




그나저나,

사회인으로서,
집 밖으로 좀 나가서 지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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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
요새 계속 새벽 늦게 잠드는데, (새벽엔 일찍 잠드는건가, 여튼)

어제는 심지어 아침 5시에 잠들었다가 아침 9시에 깨는 강행군을 감행한 뒤,
또 밤에는 카툰알바 뭐 한답시고 또 새벽까지 컴퓨터 하고 늦게 잤다.


그랬더니 오늘 오후 4시에 일어났는데. (이젠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여튼)

원래는 병원에 검진결과 찾으러 갔어야되는데 까맣게 잊어버리고,
집에서 엄마랑 밥 먹고, 커피 마시고, 티비 보고 놀다가,

언니네 집에 뭐 용달로 가구 실어오는 거 엄마가 챙겨야 된다고 하셔서,
저녁 8시쯤에 츄리닝에 후드티 모자를 뒤집어쓰고 쭐래쭐래 쫓아나갔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려서 아파트 밖으로 나가는 통로에 거울이 붙어있는데,
거길 지나다 무심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맡아버렸다.

백수의 냄새.


오 완전 완벽했어.

쌩얼에 뿔테 쓰고, 맨발에 운동화 신고,
머리 안 감은 걸 감추기 위한 후드티 모자까지,
집에서 딩굴다가 엄마 따라 집 앞에 잠깐 나온 백수 딸의 간지가 났다고!


음 마치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과 흡사했지.
물론 백수 주인공 ㅋㅋㅋ


아 여튼 왠지 웃겼다.



게다가 왠지 좀 여유있어 보이는 느낌이라,
다행이었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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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
어차피 월화수목금토일 상관없이 노니까,
연휴 따위 뭐 그리 대수일까 싶었는데.

학원도 쉬고,
커피도 쉬고,
헬스도 쉬고,
친구도 쉬고,
가족도 쉬니까,

나에게도 연휴는 연휴.

게다가 설이라고 하루 온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도 하고,
담날엔 사람 초 많은 시내에 잠시 나가기도 하고,

은근 피곤했나보다.


만사가 다 귀찮아져서는,
오늘은 하루종일 딩굴딩굴렀다.


내일부터는

학원도 재개,
커피도 재개,
헬스도 재개하고,

애들 졸업식도 가야 하고,
이것저것 어드미니스트뤠이션 스터프를 시작해야 하니,

다시 정신 빠짝 차리고,
부지런히 살아야겠다.


일단 오늘 파스타까지만 딱 보고.



아 오늘 이선균♡공효진 딱 걸리는 날이야.
오뜨케 오뜨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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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
장만하고 싶은 마음이,
오늘 현대백화점에서 베네통 서브웨이 캐리어를 발견하는 순간,
왕숑왕숑 솟아났다.

25인치짜리가 약 21만원 남짓.

물론 나의 사랑하는 기내용 20인치 캐리어가 있긴 하지만,
겨울미국20일여행에는 그 놈 하나만으로는 안 되는 구석이 있어,

어무이와 아버지께 가방을 두 개씩 끌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에 대해 살짝 언급하여,
25인치 큰 거 하나 사야겠다 난리치고,
은근히 아버지께 협찬금까지 받아냈는데!


검색해보니까,


아시아나 항공 미주 지역 수하물 허용무게는 23kg씩 2개까지.
가방 한 개가 23kg 넘어버리면 13만원 내야된다.

그리고 나 미국에서 AA항공 타는데,
거기도 배기지 요금 20달라 이상 내야됐던 걸로 기억.


ㅎㄷㄷ


그럼 결국 가방 무게만 6kg 족히 나가는,
사랑스러운 베네통 25인치 캐리어로 하나 가져가봤자,
괜히 돈만 더 든다는 슬픈 이야기;ㅁ;

굳이 그 놈 한 개를 고집한다면, 그 안에 짐을 17kg만 넣어야 되는데,
괌 5일 갈 때 20인치 가방 무게가 11kg 였었었었으니,
이건 뭐 얘기 끝;ㅁ;


아 베네통 가방을 살 필요가 점점 더 없어지는 것 같아 슬프기도 하지만,
정말로 가방 두 개씩 끌고 다녀야되는건가 싶은 생각이 드니까,

뭔가 짐을 싸고 출국하기까지 며칠 안 남은 나의 미래가 걱정된다.



어떻게 해야 하지.


p.s.
게다가 난데없이 시차적응 미리하는 마냥 지금 시간은 새벽 5시 22분.
아 완전 백수 냄새 폴폴 나는 시간의 포스팅이로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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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