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에 충실해 결혼해야 한다는 관점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참되고 솔직한 감정에 경의를 표한다. (...) 이런 감정들 하나하나를 다 존중한다면 일관성 있는 삶을 영위할 가능성은 사라진다.

때때로, 아니 어쩌면 대부분의 경우에, 우리는 진정성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살아나갈 수가 없다. 아이들의 목을 조르고 싶다거나, 배우자의 잔에 독을 타고 싶다거나, 전구를 가는 것 때문에 싸우고서 이혼하고 싶다거나 하는, 스쳐 지나가는 충동들에 진심을 발휘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 

벤은 자신과 엘로이즈가 감정에 너무 연연하지 않으며 하루하루 살아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로서의 결혼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역시나 어렵게 말하는 남자, 알랭 드 보통 씨. 

벤이라는 한 중년 남자, 엘로이즈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인 그에게 일어난 일들을 
살짝살짝 에피소드 별로 다루는 것과 동시에,
부르주아가 어떻고, 낭만주의가 어떻고 하는 어려운 말들을 한참 섞어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이 시대 사람들에게 결혼이 의미하는 바를 짚어주고 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20대 때 썼다길래 정말 뭐 이런 무서운 남자가 다 있나 싶었는데,
40대가 된 이번에는 결혼한 남자 한 명을 아주 속속들이 파헤쳐 놓았다.

결국 사랑만 믿고 결혼했다가는 무엇을 상상하듯 그 이상을 보게될 것이라는 무서운 이야기.

책 뒤편에는 '연인들'을 쓴 정이현 작가와 주고 받은 질답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걸 읽어보면 두 권의 내용이 한꺼번에 정리가 되는 나름 명쾌한 느낌.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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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

연애의 초반부가 둘이 얼마나 똑같은지에 대해 열심히 감탄하며 보내는 시간이라면, 
중반부는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를 야금야금 깨달아가는 시간이다.
급하게 몰아닥친 태풍은 어느새 그쳤고,
그 후에는 폭풍우가 쓸고 간 해변을 서서히 수습해가야 한다.
(...)
다른 곳에서 발생해 잠시 겹쳐졌던 두 개의 포물선은 
이제 다시 제각각의 완만한 곡선을 그려갈 것이다.
그렇다고, 허공에서 포개졌던 한 순간이 기적이 아니었다고는 말할 수 없으리라.


알랭 드 보통이랑 같이 쓰기로 했다가 그냥 독립된 이야기 두 개를 내놓기로 했다는,
정이현씨의 사랑의 기초 시리즈에 대한 인터넷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되어 찾아 읽었는데,
뭔가 아주 쉽게 빨리빨리 읽히면서도 그 정도의 가벼움이 전부는 아닌,
공감가면서 씁쓸한 글이다.

여자주인공이 84년생이라 좀 더 감정이입 되는 것 같기도 한데,
원래 사람들은 얘랑 나 뿐 아니라 다들, 그런 건가 보지? 싶을 정도로,
공감가는 심리 묘사가 많다.

특히 남자와 여자가 만나기 전, 각자의 성장배경이랄까,
여튼 각각의 인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옛날 이야기들을 조금 풀어놓는데, 
그게 마치 심리상담전문가가 적은 글 마냥 매우 관찰력이 뛰어나고 통찰력이 있어서 놀랍다.

그래, 절대 이해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상대방의 행동 뒤에는,
항상 알고나면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 있는 거니까.


p.s.
보통씨는 또 얼마나 씁쓸한 얘기를 어렵게 적어놨을지 어여 읽어봐야겠음.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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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


공유된 경험이라는 기초 위에서 친밀성은 자라날 기회를 얻는다.
그저 이따금씩 식사를 함께 하면서 생긴 우정은
결코 여행이나 대학에서 형성된 우정의 깊이를 따라갈 수 없다.

정글에서 사자에 놀란 사람들은,
사자에게 잡아먹히지만 않는다면,
그들이 본 것에 의해 단단히 결속 될 것이다.

(...)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가 갑자기 깔깔대는 모습을 보고 괴상하게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라이트모티프의 핵심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 기초가 되는 장면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계속 참조하는 사건을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자기 참조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행동이
옆줄에 선 사람들을 미치게 만드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캐치아이의 바이블 '우리는 사랑일까'의 저자,
보통이 아닌 남자, 알랭 드 보통이 무려 약 25세에 저술했다는 이 책은,

한 커플이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과정을,
서사적으로 다룸과 동시에 굉장히 철학적이자 객관적으로 그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가끔씩 매우 자주,
여자보다도 더 여자의 마음을 잘 아는 것 같은 그의 통찰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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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