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경험만렙하자'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3.01.03 아무르 - 미카엘 하네케 (2)
  2. 2011.01.14 눈을 떠야 한다 (4)
  3. 2010.12.09 몇 번이고 생각을 해봤다. (2)
  4. 2010.03.23 안녕, (3)
  5. 2009.09.12 휴가 막바지, 생각이 많다. (4)
  6. 2009.06.24 간단명료. (1)

#.
사실은 노인들이 나오는 영화 마음 불편할 것 같아 보고싶지 않았는데,
새해의 시작을 함께했던 '퍼니게임'의 미카엘 하네케 감독 작품이라고 해서,
마음을 바꾸고 다시 봤는데 역시나 노인들이 나와서 마음 불편했던 영화-_-

#.
이 영화는 죠지와 안느, 두 명의 사랑하는 노부부가 여생을 함께하는 이야기다.

문제는 부인 안느의 건강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했는데 망하는 바람에,
신체 오른쪽이 마비되어 거동이 불편해졌다는 것.

언제가 될 지 모르는 죽을 날만을 기다리면서,
그래도 조금은 나아질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은 채로,
본인 몸 가누기도 힘들어보이는 고령의 할아버지가 사랑하는 부인을 챙기는 모습.

그걸 보고 있자니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


#.
문제 1.

안느의 병환이 깊어감에 따라 수치심 들 법한 상황들이 계속 발생하는데,
여자로서, 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그 얼마나 불편한 일이란 말인가.

2-30대에 만나 사랑하게 된 남자가,
80대에도 변함없이 날 사랑해주고 의지가 될 사람이라는 그런 확신은 어디서 오는걸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한 없이 약해지고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끝까지 그 곁을 지키며 헌신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은 어디서 오는걸까.


#.
문제 2.

아무리 서로 사랑하는, 행복한 모습의 노부부라고 해도,
큰 집에 덩그러니 둘만 남아 밥을 차려 먹고, 공연을 보러 다니는,
움직임의 속도 자체가 어딘가 안타깝고 안쓰러운 느낌이다.

하지만 그저 늙었다는 이유로 그런 안타까운 시선을 받기엔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그들은 어쩌면 지금의 나보다도 치열하게 그들의 젊음을 보냈고,
이제는 그들에게 남은 시간을 그저 여유있게 보내고 있을 뿐인데,
그렇게 그들에게 남은 행복을 만끽하고 있을 뿐인데,

한낱 30살 조무래기에 지나지 않는 내가 그들의 삶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건방진 젊음이란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
문제 3.

앞으로의

내 인생은,
우리 엄마아부지 인생은,
우리 할머니 인생은,

어떡하지.


#.
영화에서 안느가 인생에 대해 말하길,

하나는 C'est beau. 아름답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C'est longue. 길다는 것이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나는,
위에서 느낀 그런 확신의 부재와 DIE YOUNG에 대한 갈망으로 머리가 아파온다.

과연 어떻게 살아야 늙어서도 행복하게, 모자람 없이, 즐겁게 살 수 있을까


#.
미카엘 하네케 이 무서운 사람.
 
연초에는 퍼니게임으로 내 심장을 쫄깃쫄깃 옥죄어 오더니만,
이번엔 어지간한 호러보다도 더 무서운 우리네 인생을 조용히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내 머리를 충분히 아프게 했어.

두 개 영화에서 느껴지는 그의 스타일 1.
영화는 간간이 연주되거나, 플레이 되는 클래식을 제외하고는 음악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퍼니게임에서도 무서운 분위기의 음악으로 긴장시키는 게 아니라,
정말 찍 소리 하나 안 나는 고요함으로 나를 긴장시키더니만.

아무르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그 몇 분 동안의 적막 때문에 너무 먹먹했다.


스타일 2.
말하고 있는 주인공의 등짝을 보여주는 컷이 많은데,
이건 주인공이 보고 있는 걸 같이 보는 것보다도 더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공포영화에서는 더 심한 공포를,
드라마에서는 더 심한 동요를 끌어내는 것 같아.



p.s.
공개 된 스틸컷이 많지 않아서 예고편 영상을 하나 남겨둔다.


02.01.13
@씨네큐브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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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

눈을 떠야 한다

journal 2011.01.14 22:50
틸다 스윈튼이 나오는 영화 아이 엠 러브를 봤다.

영화 감상평을 적기 전에 이렇게 주절대기 시작하는 이유는,
도무지 이런 느낌을 준 영화를 만난 게 너무 오랜만, 혹은 처음이라,
지금 이 기분을 잊어버리기 전에 얼른 글로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을 찾고 리사이징을 하고 뭐라고 감상평을 적을까 고민하는,
작위적인 행동을 하기 이전에,

지금 느껴지는 이 먹먹한 기분을 가진 그대로 주절댈 필요가 있다.


영화가 끝난 뒤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밖으로 나오니
평소 때 나오던 출구와는 다른 방향이었다.

달무리 진 구름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바람에 쓸려 지나가고,
이어폰도 없이 생으로 느끼는 파리의 밤거리에는,
나지막한 조명과 귓가에 울리는 바람소리, 그리고 지나다니는 몇몇 사람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너무 낯설고 이상한 느낌인데 놓치고 싶지가 않아서,
그대로 계속 거리를 걸었다.

몇번이고 지나다닌 길이었는데도 너무 생소한 느낌이라,
사진기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바로 지금 이 장면장면들을 남겨놓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단 말이지.

아무것도 없이 조용한 거리를 지나,
물결이 무섭게 출렁이는 시커먼 센느강도 지나고,
점점 불빛이 많아지고 가게가 많아지고 사람들이 많아지는 중심가로 들어서자,

그 때서야 정신도 조금씩 들고,
발걸음도 조금씩 빨라지고,
버스타고 집에 갈 생각도 들더라.

사람이 많은 복작복작한 거리가,
내가 늘 살아왔던, 서울에서든 파리에서든, 그 곳의 모습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난데없는 남의 나라에 와 있다.

아직 지나지 않은 길도 많이 남아있고,
가보지 않은 곳도 많이 있다.

몇몇 아는 곳, 아는 길이 눈에 익었다고 이제는 지도도 사진기도 안 들고,
마치 이 곳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처럼 그렇게 돌아다니지만,

그건 내가 이 곳에 익숙해진 게 아니라,

주 5일 회사를 다니고 주말에는 집에서 청소하고 빨래하고 잠을 퍼자는,
한국에서와 다를 바 없어진 나의 일상에 익숙해진 것이리라.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고들 말하지만,
그건 꼭 내가 지금 자리한 물리적인 위치를 떠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내가 어디에 떨어지든 결국 그곳에서의 일상은 다시 시작된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눈이 멀어버리는 것과 같다.

내 스스로를 돌이켜볼 수 있는 눈이 멀어버리는 것과 같다.

내가 무엇을 하려고 여기에 와 있는지,
내가 지금 속해있는 곳은 어떤 곳인지,
내 주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그 모든 것들이 익숙해지는 동시에,
나는 나를 객관적으로 보는 능력을 잃는다.


쿵- 하고 엄청난 일이 일어나야지만 정신이 번쩍 들고 눈이 번쩍 뜨인다면,
나에게는 얼마나 많은 사건사고가 필요할까.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마치 처음보는 것처럼 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가슴 속에 알 수 없는 답답한 무언가를 계속 지닌 채로,
나는 지금 매우 안정적이고 평온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믿으며,
물론 그것은 거짓일 수도, 거짓이 아닐 수도 있지만,

여튼 그런 믿음 속에서 더 이상 다른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눈을 떠야 한다.

계속해서 돌이켜보고, 발견해야 한다.



내가 왜 굳이 이것저것 다 버리고 여기까지 와서 이러고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시력은 계속 떨어지고,
나의 뇌는 자꾸 맨들맨들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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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된다고,
그렇게 불만만 가득한 채 앉아 있는 건,

사실 알고보면 나의 탓이 아닐까.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이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면,

나보다 좀 더 욕심이 있고,
나보다 좀 더 부지런하고,
나보다 좀 더 용기 있는,

그 사람이 지금 내 자리에 있었다면,

그랬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결국은 내가 앉은 자리에서 입만 대빨 나와있을 뿐,
시간이 뭔가 해결해주기를 희망없이 기다리고 있는,
내 잘못이 아닌가.


..라고 하기엔,

더 이상 나에겐 남은 욕심도,
이렇게 저렇게 머리를 굴려볼 생각도,
뭔가 얻어내기 위해 용기를 낼 마음도 없고.

별로 뭘 얻어내고 싶지도 않다.

사실 나의 천성이 좀 그런 듯-_-



나는 지극히 수동적인 형태의 직장인에 불과한데,

내가 있는 곳은 나 혼자 알아서 능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그 어떤 다른 결과도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능동적으로 행동하면 뭐가 달라질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내 탓일까.

어떻게 하는 게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없는,
혹은 하고 싶지 않아하는 이 내 성격이 문제라면.

난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며 살 수 있나.




아 이래서 사람들이 장사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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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

안녕,

journal 2010.03.23 17:16
세 번째의 후랑스.
게다가 이번엔 체류 기간 미정!


보기로 했는데 못 보고 가는 사람들,
아직 나 가는 줄도 모르고 있는 사람들,
나의 앞날을 위해 화이팅해준 사람들,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여러가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의 출국이라,
출국의 이유를 밝히자면 긴긴 대화가 필요한데,
그렇게까지 여기저기 이야기할 시간은 차마 없어서,
일단 그냥 대충 나가요.


모두모두 안녕,
미정의 기간이 지나면 다시 봐요.


뿅닷컴을 잊지 맙시다.


뿅닷컴 맨 위 까만부분 오른쪽에 보면 guestbook 있어요.
헤매지 마시고 제발 저기에 안부 좀 남겨주세요.
샤릉합니다.




3월 24일 수요일,
한국에서의 백수라이프 1장을 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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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
괌까지 가서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놀아제끼고 돌아왔건만,
한국 땅 밟은 지 사흘만에 왠 생각이 그리 많아지는지.


먼저,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에 관하여.

지금 하는 일이 싫지 않고, 잘하면 재미있기 때문에,
일 이외의 나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리 나쁘지 않다.
난 째뜬 맡은 바 열심히 일을 하고,
일하는 시간 외에는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왠지,
그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것이,

결국은 돈을 소비하는 것에서 오는 충족감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는 걸,

순간적으로 깨닫다.


괌에서의 휴가는 '역시 돈이 좋아'라고 느끼게 만들었지만,
그렇게 힘들게 번 돈으로 며칠의 휴가와 행복함을 산다(buy)는 것이,
과연 나를 진짜로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가.

돈 들여 사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두 번째,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것에 관하여.

너의 상대역으로 분했던 그 짧은 기간이,
내가 하나의 인간으로서, 서로 관계함으로서 존중받지 못할 정도로,
하찮은 것이었다는 건 화나는 일이지만,

앞으로 너의 인생에 있어,
하나의 인간이, 소중한 관계가,
존재하는 그 날이 없을거라는 생각을 하면,

난 정말이지 진심으로 안타깝다.

물론 내가 지금 그닥 남 걱정할 처지는 아니다만,

적어도 난 진짜 소중한 게 무엇인지 정도는 느끼고 있어.



세 번째,
언행불일치에 관하여.

니가 하는 행동거지가 똑바로 따라주지 않으면,
니가 아무리 머리로 생각하고 말로 떠들어도,
넌 그렇게 사는 사람이 아닌거야.

사람들이 니 꼼수를 모르는 것 같겠지만 다 알고 있단다.



네 번째,
전혀 여우스럽지 않은 여자(그것은 아마도 나)에 관하여.

얼레벌레 넘어가면서도 내 나름 머리꼭대기에 앉아있는 경우도 있고,
나름 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쌩 밑바닥에서 땅굴파는 경우도 있지.

아무리 곰스럽고 물러터졌어도,
잊지는 말자.

나의 가치란 결국 내가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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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

간단명료.

journal 2009.06.24 00:22
그러니까 인생은 경험치가 중요하다는거야.


지금까지 내 손에 들어왔던 건,
1번 아니면 2번 뿐이었었더래서.

여태까지 나는
이번에 손에 쥔 게 1번인지 2번인지 빨리 알아내고픈 마음뿐이었는데.


듣고보니까,

꼭 내가 알고 있는 1번, 2번 말고도
3번도 4번도 5번도 있을 수 있는거였더라고.

뭐 그게 몇 번인지 알아낼 때까지 불안하긴 마찬가지겠지만.


어쨌든 1번도 2번도 아닌 전혀 다른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어제 겨우 깨달았네.

그래.
언제나 내가 아는대로만 행동할 필요는 없지.


뭐 전혀 새로운 번호가 언제나 better one일 거라고 확신할 수도 없지만.



p.s.
이상하게 요즘 계속 바쁘지 않은 것이,
마치 폭풍의 눈과 같아서 더 불안하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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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