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살이'에 해당되는 글 22건

  1. 2012.02.26 웰컴 투 마이 하트 (2)
  2. 2011.12.14 스무 살 이후로, (2)
  3. 2011.09.02 빅픽처 - 더글라스 케네디 (2)
  4. 2011.02.08 펑- (16)
  5. 2011.01.16 아이 엠 러브 (2)
  6. 2011.01.12 썸웨어 (2)
  7. 2010.12.20 어린아이 같은 감수성이 (6)
  8. 2010.12.01 포지셔닝 종말론. (8)
  9. 2010.03.15 인 디 에어 (8)
  10. 2010.02.23 어웨이 위 고 (7)


#. 
원제는 웰컴 투 더 라일리스
라일리씨네 온 것을 환영합니다.

감히 벨라님을 몰라뵙고 생각없이 막 빠져들었던 영화.
벨라인 줄 알았으면 아마도 자꾸 뱀파이어 생각났겠지.



#.
사고로 딸을 잃은 이후 한 번도 집 밖을 나선 적이 없는 아내와,
겉으로만 멀쩡한 관계를 계속해 온 중년 사업가 더그.

내연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그나마 유지되고 있던 가정의 평온함마저 흔들리고,
출장으로 떠난 뉴올리언스에서 우연히 자기 딸 뻘인 스트립걸 말로리를 만나게 되면서,
그는 인생의 전환점에 서게 된다.


 
#.
언제 어디서부터 자기의 인생이 꼬였는지 알 생각도 없고,
그냥 흘러가는대로 막 살아제끼고 있는 말로리는,
갑자기 자기 인생에 나타난 더그가 불편하고 낯설지만,

자기의 겉모습과 드러나는 행동만 보지 않고,
어쩌면 그녀 스스로보다도 그녀를 더 알아주고 인정하려고 노력하는 ,
그에게 조금씩 마음을 연다.

따라서 그녀에게도 더그와의 만남은,
인생의 전환점.



#.
선뜻 이해하기 힘든 남편과 말로리의 동거를 결국에 받아들인 아내 로이스도,
이미 남편의 마음을 잡기 위해 남편의 자동차에 올라탄 그 순간,
인생에 있어 또 한 번의 큰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겠다.


#.
결국 영화는 주인공 세 사람 모두가 각자의 방법으로 인생의 고비를 넘기고,
자기 삶 속에 타인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어느 한 쪽의 삶의 방식을 강요하지 않는 결말.

조금은 먹먹하면서도,
나름 훈훈한,

그런 영화.


#.
잘 때도, 자고 일어나서도, 샤워를 하고 나서도,
절대 지워지지 않는 무적의 워터프루프 스모키 메이크업에 빛나는 벨라.

트왈라잇에서보다도 예쁘께 나오는 듯 :-)


12.02.19
@아트하우스 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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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

스무 살 이후로,

journal 2011.12.14 11:28
전혀 자라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몇 년의 세월이 무상하게도,
저 옛날 꼬꼬마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는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냥,
후랑스를 몇 번 다녀왔고,
사회생활을 여기저기서 조금 했고,
버릴 건 버리고,
가져갈 건 가져가면서,
그렇게 조금씩 정비해왔을 뿐. 

말로만 내 나이가 몇이니 이젠 늙었네- 하고 떠들어대는 것,
그것은 그냥 해마다 이어진 습관 같은 게 되었고,

사실 늘어가는 내 나이와 비례하는 건 딱히 별 게 없었다. 

 

하긴,

앞으로도 몇십 년은 지겹게도 살아갈텐데,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채우기도 전에 훌쩍훌쩍 자라버리면,

너무 미리 늙어버린 채로 여생을 보내야 할지도 :-(

미리 늙어버린 채인 것은, 
얼굴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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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
20110902-013131.jpg

와인 한 잔을 더 마시고, 인화한 사진을 다시 꼼꼼하게 살폈다.
그밖에 다른 사진들에는 이전에 내가 품었던 자의식만 보일 뿐이었다.
그나마 다섯 장을 건질 수 있었던 건
내가 피사체에 사진가의 시각을 인위적으로 들이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 피사체의 얼굴에 집중하고,
그 피사체가 프레임을 결정하게 내버려두면,
모든게 제대로 굴러간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와우.

정말 괜찮은 책이다.


팩트만 보면 피 튀기는 장르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은 우리네 인생사.


사진가의 꿈을 간직한 채 뉴욕 월스트릿의 성공한 변호사의 삶을 살던,
어찌보면 평범한 주인공이,

어쩌다 몬태나주 시골에서 발굴된 천재 사진가로서의 제 2의 인생을 살게 되었는가- 에 대한 이야기.


이야기는 주인공 일인칭시점으로 풀어나가는데,

감정묘사도 섬세하게 잘 나타나 있고,
특히 이 사람이 혼자 중얼거리는 내용이 은근 위트가 있어서,
읽다 보면 이 진지한 와중에도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뉴욕 월가에서 몬태나주 작은 동네 구석으로의 배경전환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꿈꾸는 삶과 꿈을 이루어가는 삶의 현실적인 대비가,
생각할 거리를 (특히 지금 질풍노도의 시기를 또 한 차례 겪고 있는 나에게) 던져주기도 함.

사진에 대한 조예 깊어보이는 내용들도 꽤 나오는데, 읽다보면 급 출사 나가고 싶어짐.


후랑스에서 영화로 제작 중이라길래,
뭔놈의 소설들이 좀만 뭐 어쩌면 영화화래- 나중엔 코빼기도 안 보이는구만-
..이라며 비웃었는데,

알고보니 나 후랑스 있을 때 개봉한 영화였음.

어째서 인기인지 이해하기 힘든 후랑스의 인기 배우 로맹 듀리스가 주연한 영화,
'un homme qui voulait vivre sa vie' 였던 것.

예고편은 좀 재미없어 보였는데,
후랑스인이 사랑하는 로맹 듀리스니까 한 번 볼 걸 그랬어.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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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

펑-

journal 2011.02.08 00:25
감정이 폭발했다.
타향살이의 설움이 폭발했다.
일하는 백수의 지쳐가는 심신이 폭발했다.
그리고 장난꾸러기 쏘쿨녀의 자아가 폭발했다.


물론,
나의 상황이, 나의 심경이 변화하여,
나의 태도 및 정신상태가 달라진 것을,
넘들이 알아서 눈치채주길 바랬던 것은 나의 문제일 것이나.

오가는 수많은 대화 속에서 그렇게 많은 힌트를 주었건만,
그를 알아채주지 못 하는 주변인들에게 섭섭함을 느끼는 것은,
꼭 나의 탓만은 아니다.


게다가 너는 원래 뭔 장난도 다 받아주던 쏘쿨녀잖아- 갑자기 왜 이러심? 이라 하시면,
대체 나는 그럼 언제까지 이 엄청난 감정소모를 견뎌내가며 허허실실 살아야된단 말인가- 하는 생각에,
폭발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냔 말이다.


1.

이건 나도 어쩔 수 없어- 라며 너무 쉽게 금방 포기해버린 것은 아닐까- 엄청난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타개하고 좀 더 발전적인 길을 걸을 수 있나- 생각 안 했던 게 아니다.

그러나 정말 백방으로 뒤져봐도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아,
다른 것에서 다른 만족을 취하며 이 곳에서의 생활을 십분 써먹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그렇게 잘 살았다.


2.

이렇게 말을 하고 저렇게 말을 해도 항상 어딘가 틀려먹는 부분이 있는 이 망할놈의 불어나부랭이 때문에,
하루종일 밖에 있다 들어온 날은 레슬리한테 말 걸지 말아달라고 부탁할 만큼 머리가 지쳤다.

불문과 굶는과라고 백만명이 말려도, 곧죽어도 그 불어나부랭이가 좋아서,
여기 온 지 10개월 만에 중학교 때부터 붙들어온 영어를 새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그렇게 붙들고 늘어졌는데도 여전히 어딘가 안 굴러가는 부분이 남아있는 이 불어나부랭이 때문에,
심신이 지치고, 머리가 지쳤지만.

여기서 사는 게 내가 배운 걸 활용해먹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굳게 믿으며,
그렇게 잘 살았다.


3.

그렇게 어떻게든 잘 살고 있었으니까,
어딘가 좀 막히는 데가 생겨도, 그냥 웃음거리로 치부하며, 허허실실 그렇게 살았다.

이런 장벽들 쯤이야 희화화시켜 웃어넘겨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살았다.


그건 일종의,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권리 같은 것이었다.

뚱뚱한 사람한테 뚱뚱하다고 놀리면 뚱뚱한 사람은 웃기지 않지만,
뚱뚱한 사람이 스스로 뚱뚱하다고 놀리면 그냥 다 웃을 수 있잖아.


그건 나에게 있어 정말 유일무이한 탈출구 같은 도구였는데.
내가 나를 위해 웃자고 쓰는 소재를 너네가 가져다 남용하지 말란 말이다.



4.

물론 많은 사람들이 내게 말해줬고,
나도 이미 잘 알고 있듯이,

그 남용에 악의란 전혀 없다.


하지만 이제 장난이 장난이 아닌 그 선을 넘어버리는 순간을 참아낼 여력 따위,
나에겐 존재하지 않는단 말이다.


당신들이 그렇게 나를 놀려먹을 정도의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어디까지가 적정선인지 알 수 있는 능력 또한 갖추었을 것이라고,

그렇게 너무 쉽게 믿어버린,


역시 그렇게 또 내 탓이 된다.



5.

물론,

이렇게 악에 받쳐 주저리주저리 대면서도,
하필이면 지금 걸려가지고 나한테 욕지거리를 듣는 너네들은 뭔 잘못인가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이런 종류의 폭발하는 감정을 마주한 것이,
정말 내 일생에 단 한 번도 경험할 수 없는 일이었더래서,


내가 지금 화를 낼 대상을 제대로 잡은건지 아닌건지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내 주위의 그 어떤 누구가 문제였던 게 아니라,
그냥 이 모든 것을 싸잡아서 지금 나, 여기 후랑스라는 이 상황 자체가,


시한폭탄 같은 존재였는지도 모르겠다.




6.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한국에서 다시 시작하게 될 나의 인생이 느므느므 빡세고 힘들어서,
뭔가 또 다른 곳으로 눈이 돌아가는 그 날이 와도,

지금 이 날들을 다시금 떠올리면,
들썩이던 궁디짝이 얌전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


이렇게 나는 한국에서 살 사람- 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하는 것도,
앞으로 남은 몇십년 평생을 위해서는 꽤 유용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론은,
나 이제 집에 간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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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

#.
개봉했을 때 놓쳤는데 마침 요새 재상영해줘서 운 좋게 보게 된 영화.

틸다 스윈튼이 '나는 이태리 여자가 되어야 했다'고 되뇌이는 예고편의 한 마디에,
왠지 꽂혀서는 이건 꼭 봐야해- 했었더랬다.

게다가 벤자민버튼에서 케이트 블란쳇과 틸다 스윈튼이 구분 안 가던 그 때,
나니아연대기에서 히스테리컬한 새하얀 그녀를 보았던 그 때,
그런 작은 기억들 하나하나 떠올리며,

이번에야말로 그녀를 제대로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더랬다.



#.
감각적이다.

고백하자면, 어떤 영화가 참 감각적이다라고 할 수 있는지 잘 몰랐다.
명확한 기준도 없고, 대체 무슨 감각을 어떻게 꼬집으면 그게 감각적인건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 영화,
매우 감각적이다.


#.
마치 이태리 명화를 보고 있는 듯 한땀한땀 정성들인 장면들이 눈을 자극한다.

어찌 보면 이태리 사람들에게는 새로울 것 하나 없을 도시 곳곳을,
누가봐도 낯설게 느껴질만큼 새로운 앵글을 통해 다시 보여준다.

핀트가 날아간 듯한 클로즈업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한 순간에 초점 뒤로 밀어내버리는 과감한 기법도 서슴치 않는다.



#.
영화가 시각적으로는 이태리 명화 같은 섬세함을 보여준다면,
청각적으로는 이태리 오페라 같은 웅장함을 느끼게 해준다.

귀신 영화도 아닌데 보는 내내 온 몸을 움츠리고 긴장하게 되는 것은,
필히 심장까지 울리는 웅장한 클래식 음악 때문이었으리라.

특히 영화의 클라이막스에 이르러서는,
영화음악이 주는 긴장감도 최고조에 달한다.

마치 눈을 감고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그 모든 감정이 전해지기라도 할 것처럼.


#.
또한, 그녀가 새로운 만남을 갖는 곳,

그 곳은 그녀의 nature에 조금 더 가까운 곳으로,
대리석으로 가득 찬 도시와는 전혀 다른 느낌.

그리고 그 곳이 주는 느낌을 극대화 시켜주는 것은,
지나가는 풀벌레 소리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는, 과장되리만큼 확대 된 사운드이다.


이 영화,
절제해야 할 부분과 과장해야 할 부분을 확실히 파악하고 제대로 활용한다는 느낌이랄까.


#.
게다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그 장면에서는,
미각이 연결 된 소재로 충분한 연상작용을 이끌어내었으니,

이 어찌 오감만족영화가 아니라 하리오.



#.
그녀의 신발을 벗겨주는 남자는,
그녀가 얽매여 있던 모든 것을 놓아버려야 만날 수 있는 사람.

그녀의 신발을 신겨주는 남자는,
그녀가 살아 온, 소위 말하는 정상적인 삶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사람.


#.
그녀가 그녀의 딸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준 게 아니다.
그녀의 딸이 그녀에게 깨달음을 준 것이다.


#.
그녀가 이태리에 왔을 때부터 아마도 반평생을 함께 했을 그 가정부의 오열은,
어떻게 말로 설명이 안 되는 감정이었다.


#.
나를 버리고 일상의 익숙함에 몸을 맡겨버리면,
훨씬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게 된다.


아아 스포일러 안 쓰려고 엄청 노력했더니,
뭔지 전혀 알 수 없는 얘기가 되어버렸어.

2011년 아직 보름밖에 안 지났지만,
가히 이는 올해 베스트 영화 다섯 편 안에 꼽힐 것이라고 생각함.

14/01/11
@UGC les hal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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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

썸웨어

my mbc/cinéma 2011.01.12 22:24





#.


난생 처음 혼자 영화관에 가서 본 영화가,


아마도 대학교 1학년 때 종로 베니건스 위에 있었던,


이제는 사라진, 씨네코아에서 보았던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였다.





잔잔한 독백 같은 영화.


불투명한 불빛들이 아른거리는 영화.


콕 찝어 이야기해주진 않지만,


아주 조용하게 나에게 말을 거는 영화.





그 때의 기억이 나름 선명하여,


그녀의 새 영화를 망설임 없이 선택했고,





이번에도 그녀는 마치 그 때처럼 나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


헐리웃배우 아버지와 열한살배기 딸내미가 보내는 비터스윗한 일종의 휴가.





이 부녀 사이에 알게 모르게 존재하는 간극을 메꾸어주는 엄청난 일이 벌어져서,


부녀가 얼싸안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거나 하는 그런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그냥 둘이서,





게임을 하고,


아침을 먹고,


서로의 기분을 살피고,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면서,





함께 시간을 보낼 뿐.











#.


딸이 없을 때 이 남자는,





드라이브를 하고,


맥주를 마시고,


담배를 태웠다.





파티가 열리고,


여자를 꼬시고,





담배를 태우고,


맥주를 마시고,


샤워를 했다.





인터뷰를 하고,


담배를 태우고,


드라이브를 했다.








영화는,





멀리서부터 아주 천천히, 그의 호흡에 맞추어, 그에게 다가서거나,


아주 가까이에서 그의 옆 모습에 시선을 고정하거나,


그의 시선을, 혹은 달리는 그의 차를 좇아, 그저 따라갈 뿐.





더 이상의 어떤 부연설명도 붙이지 않는다.


#.
물론 헐리웃배우로서 그가 마치 틱 처럼 가지고 있는 버릇들,
그에게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들에 대해서 보여주는 작은 장면들,
그로 인해 흔히 예상할 수 있는 화려한 배우의 삶과 대조되는 그의 모습이 더욱 강조되긴 하나,

그가 극중에서 꼭 배우가 아니었다고 해도,
이런 외로운 인생은 꼭 그만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나는 부녀 관계에 중점적으로 빠져들게 됐다.

#.
영화를 보다 생각했던거 하나, 깜빡했는데,
우아한 세계에서 송강호가 라면 집어던지던 장면이 생각났다.

비슷한 상황은 아니지만 비슷한 감정일거라고 생각.



 





#.


그래서일까,





별 것도 아닌 부녀의 대화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고,


별 다를 것 없는 그들의 눈빛을 따라 마음을 읽으며,


그렇게 그 두 사람의 관계를 파악해가던 나는,





처음으로 남자가 딸에게 진심을 담아 입을 열었을 때,





조금은 가슴이 아리면서도,


그게 그렇게 와닿을 수가 없었다.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게 아니다.





이것은,


어떻게도 끝나지 않았지만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다.








영화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과장법 없이도,


이미 충분히 드라마틱한 우리네 삶을 파헤치는 소피아 코폴라의 화법은,


남자의 마지막 미소처럼 그렇게 말 없이 전해지는 잔잔한 맛이 있기에,





그렇게 비터스윗.











#.


늘씬한 기럭지와 난데없는 들창코가 알 수 없는 조화를 이루는 엘르 패닝.


개인적으로 아직은 잘하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조금 더 두고봐야지. (내가 왜?)





13/01/11


@UGC les hal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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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
남아있다고 생각했다.

하얀 눈이 온 동네를 뒤엎고 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을 때,
너도나도 바쁜 출근길에 혼자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고 있었을 때,
아- 이럴 때 눈사람 하나 만들어줘야 하는데 라고 생각했을 때.

하지만 곧,

몰아치는 눈발을 이기지 못 해 우산을 펴 들었고,
회사 앞에서 혼자 눈사람 만들고 있으면 일 없는 애처럼 보일까 걱정했고,
출퇴근길에 북적댈 사람들과 제 시간에 오지 않을 rer을 생각하니 짜증이 났다.


이렇게 예쁘게 눈이 오는데 왜 우산을 굳이 꺼내어 드냐고,
남들의 늙어버린 감수성을 탓하던 때가 나에게도 있었다.


대체 무엇때문에 이렇게 마음이 팍팍해졌나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다.


어른은 나이를 먹는다고 되는 것이 아닌데.

초중고 지나 대학 진학까지 정해진대로 걸어오던 거침없던 인생살이를 벗어나,
내 선택대로 살아가야 하는 길 위에서 직장생활 그거 쪼끔 했다고 쩔어버렸다.



2년의 사회생활 뒤에 툭툭 손 털고 자발적으로 떠나 온 후랑스라,
빡빡시런 일 하나 없이 매일매일이 오블라디오블라다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디에도 자리잡지 않은 일하는 백수는,

이 곳에 남아 있는 모습도,
한국으로 돌아간 모습도,

그 어느 쪽으로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채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린아이의 감수성을 불러일으키는 빠리의 예쁜 배경이 주는 위안도,
결국 눈 녹듯 그새 사라져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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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

포지셔닝 종말론.

journal 2010.12.01 16:00

나는 그렇다.

늘 끊임없이 장난질에,
진지함이라고는 코빼기만큼도 없다.

특히 남자사람들이랑은 대화의 95% 이상이 장난질.

내가 거는 장난질도 악질이지만,
남자사람들이 나에게 거는 장난질은 순악질.

그래도 나니깐,
나 정도 되니깐 이 정도 장난도 치고 놀면서 친해지는거야- 라고,
그렇게 굳게 믿고 살았는데.


엊그제는 평소와 다르지 않은 쓰잘데기 없는 장난질에 신경전을 벌이며 놀다가,
갑자기 울컥- 해서 눈물이 쏟아질 뻔 한 걸 겨우 참았다.

대체 왜 나만 이 수모를 겪어가며 살아야 하나 싶기도 하고,
대체 내가 뭐 그렇게 만만한가 싶기도 하고,
이렇게 허구헌날 놀려먹으면 너네는 재밌냐 싶기도 하고.


물론,
며칠간 지속 된 지독한 목감기를 앓고 난 뒤라 심신이 피로했던 탓이라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만약,
내가 가진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discour가 이 정도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그래서 내가 가진 에너지가 부족할 때는,
이것이 도무지 견딜만한 레벨의 그것이 아니라면,

과연 내가 언제까지 이걸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고 또 누가 날 그렇게 막 대하나 생각해보면,
모두 애정을 동반한 장난질일 뿐, 악의가 있는 행동들도 아니었는데,


이런 포지셔닝으로 평생을 살아온게,
갑자기 서러워졌다.




한국으로 가고 싶다.

오랫동안 나를 알아왔고,
나의 표정 몸짓 하나에도 즉각 눈치를 챌 수 있는,
센스있는 지인들이 있는 그 곳.

비록 그 곳의 빡센 삶의 무게가 버거울지라도,
한 번의 만남과 거기서 이어지는 장난질이 그 다섯 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나에게 돌려줄 수 있는,

나의 포지셔닝이 최적의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그 곳.



오늘의 브금은 윤밴의 박하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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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

인 디 에어

my mbc/cinéma 2010.03.15 20:35

조지클루니,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는 남좌.



#.
조지 클루니도 조지 클루니지만,
뮤직비디오를 방불케 하는 감각적인 오프닝크레딧이 영화 괜찮다고 말해주는 느낌.

영화 보면서 '아 과연 이 장면들 네이버에서 사진 구할 수 있으려나' 했는데,
당당하게 네이버 영화포토에 들어있더라.

/감사



#.
어차피 인생은 혼자라고 주창하는 중년남성과,
들러붙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는 쏘쿨한 중년여성,
월드와이드웹 온라인 세대의 휴머니스트 스물셋 어린이.

등장인물 라인이 얼추 좌충우들 로맨틱 코미디 쯤 될 것 같은데,

막상 들여다보니,

인간관계(가족, 연인, 혹은 나를 해고하겠다고 찾아온 생판 남과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함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에 대해서 얘기해주는 로맨틱+코믹+휴먼다큐 였달까.

서로가 서로에게 적당한 교훈을 주면서 각자의 방향으로 성장해 나가는 바람직한 이야기다.


#.
이 영화가 마음에 드는 건,
나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라고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각각의 캐릭터나 그들이 맺는 관계,
영화의 주된 배경이 되는 해고장면 등등,
하나같이 과장됨이 없이 간결하게 묘사된 느낌.

대신 아주 스물스물 잠식하듯 들어와서 내 맘을 뒤흔들어놓는다.



#.
조지 클루니가 자신의 생각을 남과 나누는 (혹은 남의 생각을 나누어 받는)  그 과정이,
적당히 합당한 수준으로 진행되었다고 생각하는데,

말하자면,

A의 성격을 가진 사람이 B의 성격을 가진 사람을 만나 B처럼 개화되는 일방적인 소통이 아니라,
A의 성격이 B도 만나고, C도 만나면서 그 중간의 어디쯤, 아마도 AbC' 정도로 변화하는,

그런 수준 말이다.

영화는 그 수준을 지키기 위해 후반부에 들어서 적잖이 충격적인 내용을 선사;ㅁ;



#.
제대로 읽은 적도 잘 없지만,
나처럼 해봐요 이렇게- 스타일의 자기계발서 항목에 드는 그런 류의 책들, 난 별로 싫어하는데,

첫째는, 말이 쉽지-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고,
둘째는, 너나 잘 하세요- 라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너무 편협한가-_-?

자신의 인생관에 얼마나 확신이 있으면,
남한테 나처럼 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난 A라고 믿고 살았는데 살다보니 Ab도 있고 AbC'도 있으면 뭐 어쩔.
그 때 가서 웁스- 하고, 책 한 권 다시 써야하나.


난 이렇게 살았어요, 넌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난 잘 모르겠어요- 정도면 충분할 듯.


아, 이래서 내가 충고에 쥐약인가.




#.
해고대행을 하는 장면들에서는 늘 먹먹한 기분이었지만,

특히나 회의실 벽 하나 너머에 앉아 있는 사람을 해고하던 그 때는,
나에게까지 왠지모를 무력감이 전달되는 듯한 그런 느낌.


#.
영화 속 남녀관계에서 모든 문제의 근원은,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전화연락 할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데에 있다.


#.
리틀 애쉬 이후로 간만에 미주알 고주알 속속들이 떠들고 싶어지는 영화를 만났군.




#.
그나저나 조지 클루니.
당신이 진정한 꽃중년-_-)b


10.03.13
롯데시네마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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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


영화포스터를 봤을 때부터 난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



#.
두 남녀가 자신들의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퍼펙트한 거처를 찾아 돌아다닌다는 이야기라길래,
무전여행 컨셉으로 세계일주라도 하는 그런 느낌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의 여정은 내 생각보다는 짧았다.


그러나 감정적으로는 굉장히 길고 복잡한 나날들이었으리라.

원래 불확실한 미래를 바라보며 걷는 길이란,
소요시간이 길든 짧든 나름의 감정굴곡이 심하게 마련이니까.



#.
아 이 남자,
너무 완벽하다.

사실 완벽하다고 말하기엔 뭔가 좀 허술해 보이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어쨌든 너무 완벽하다.

일반적인 개념도 똑바로 박혀있고,
사랑하는 여자 말도 예쁘게 잘 듣고,
부모님 덕은 못 보지만 여튼 있는 집 자식이고,
유머감각이 끝내준다!

나는 유머사대주의자.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스타일의 유머는,
한국남자에게서는 나올 것 같지 않아.



#.
이 영화는 버트와 베로나의 사랑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이 두 사람이 만들게 될 가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커플이 출연하지만 사실상 영화의 주,주인공을 맡고 있는 이 여자의 고민은,
옆에 있는 남자와, 안에 있는 아기와 함께 어떤 가정을 어떻게 잘 꾸려나갈 수 있는가다.


남자의 캐릭터가 완벽한 남편상으로 그려진 건,
여자가 남편감에 대한 고민까지 해야된다면 그건 말그대로 이중고이기 때문일거다-_-


#.
이들이 만난 4개의 가정 중 단연 히트는 히피 스타일의 바로 ↓이 가족.



↑여기서 버트의 센스가 폭발하는 명장면이 탄생하는데,
영화관에 있는 모든 관객들이 박수를 치며 폭소했다.

그리고 이 여자↓매기 질렌홀.



다크나이트에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때는 너무 안 예뻐서 정이 안 갔어;ㅁ; 미안.

대체 크리스찬 베일이 빠질만한 매력이 없어보였는데 말이지.
그 때보다는 그래도 좀 자연스럽고 예뻐진 것 같다.


#.
이 영화 버트 덕분에 살짝 코미디의 모습을 했지만 사실 꽤 진지하다.

누구에게나, 어느 가정에게나,
그들이 자각하고 있든 아니든,
그들의 탓이든 외부의 탓이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그래서 좋은 가정을 꾸린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내 앞가림도 하기 힘든데 나중엔 애까지 낳아 길러야 한다면,

비록 마음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지만,
부모라는 타이틀의 어른이 되기 위한 성장통은 참고 견뎌야하나보다.


#.
그래도 남편이 이뻐야 참고 견디지-_-



#.
다들 부모님이 남겨 주신 이층집 하나쯤은 있잖아요?
그 밑으로는 내가 살 집 아니잖아요.
그냥 거쳐가는거지.

;ㅁ;


#.
그나저나 감독인 샘 멘데스.
아메리칸 뷰티 감독이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감독이었고 심지어 이 영화를 만들었다니!

님하 감사-_-)/


#.
씨네큐브 2관 50석도 안 되는 그 아담한 상영관에,
그 영화를 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온 관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같은 장면에 웃고, 같은 장면에 울면서 그 영화를 보고 있자니,
그 분위기에 취해 더 좋았던 듯.


10.02.21
씨네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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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