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랑스에 살아요'에 해당되는 글 32건

  1. 2010.06.21 내가 대체 여기서 (2)
  2. 2010.05.23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깨달은 것들. (4)

내가 대체 여기서

journal 2010.06.21 00:08
뭐하고 있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으로 돌아가버리면,
내가 거기서 또 뭣부터 시작할 수 있나 싶어서,

그냥 얌전히 여기 있기로 한다.



시간적 여유가 나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슬슬 쎄컨잡을 구하기 시작할 때가 됐다.

이 놈의 파리 생활은,
일자리를 찾거나/ 집을 찾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이야기하면,
이 곳 사람들 중 십중팔구는 동의한다.



아아 왠일인지,

여행을 뽀사지게 하는 방랑자의 삶을 꿈꾸고 나왔는데,
한국사무실 냄새 나는 회사일을 시작하게 됐다.


딱 2일 앉아있었을 뿐인데,
지난 2년의 기억이 모두 되살아나는 엄청난 경험을 했어.

하지만 필드마케터 남자애가 귀엽게 생겨가지고,
자동차로 동네까지 태워줬으므로 일단 두고보기로 한다.



빵오쇼꼴라pain au chocolat를 사먹는 일을 그만두었고,
애초에 뉴뜰라nutella 따위는 건드리지도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크렙 오 뉴뜰라crêpe au nutella와 엠엔엠즈m&m's가 나를 살찌운다.
초콜렛이 문제로군.

한국에서 거의 1년 동안 먹을 샌드위치랑 햄버거랑 감자튀김을,
여기서 3개월만에 다 먹어버린 것 같다.



음 도착하자마자 빠짝 걸어다니면서 변비해결했을 때가 좋았지.



늘어지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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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
#.
후랑스는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다르게 팁이 필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젠 어디가서 뭐 마시거나 먹으면 꼭 팁을 남기게 된다.

그것이 얼마나 서빙하는 사람들에게 소중한지 진심으로 느끼고 있으므로.


#.
개손은 정말 처치 불가능임을 새삼 느낀다.
도무지 뭔가 떨어뜨리거나 깨뜨리지 않고 넘어가는 날이 없다.


#.
서비스직은 나의 천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뭐랄까,
나의 친절한 서비스 정신으로 말미암아,
나에게 호의를 보이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 자체에서 기쁨을 느낀달까.


예를 들면,
한 테이블에 서빙을 끝내고 식사 중인 나를 굳이 찾아와,
2유로를 쥐어주고 가는 그 테이블의 아줌마를 만날 때의 그 기분.
프랑스인은 아니었다.

여튼 서빙해 준 나에게 감사를 날리는 손님들을 보는 그 기분은,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그 다음 날 또 일하러 가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
서빙하는 종업원 중에 나만 여자앤데,

같이 일하는 다른 남자애들을 보면 지들끼리 어찌나 유치한지,
이건 유치원 초등학교 여자애들 무리지어 유치뽕짝 하는 것보다 더 심하다.


#.
나는 쉽게 화가 나는 스타일도 아닐 뿐더러,
앵간한 일에는 그다지 짜증이 나지도 않고,
혹시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났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란듯이 나의 몹쓸 기분을 드러내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 사람임을,

새삼 깨달았다.

난 남에게 싫은 소리 듣는 거 정말 싫고,
남에게 싫은 소리 하는 것도 정말 싫다.


#.
반면에,

쉽게 화가 나고 또 쉽게 화가 풀리지만,
화가 난 동안에는 있는대로 승질을 부리는 다른 부류의 인간이 있음도,

새삼 깨달았다.

바쁠 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는데,
이 놈의 나라에는 그런 얘기는 쥐뿔 통하지도 않는지,

바쁘면 온 몸으로 바쁜 티를 내면서 엄청난 볼륨의 제스쳐와 함께,
보는 사람 불안하게 만들 정도로 거세게 일을 하면서,
일을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

실제로 일을 잘 하든 못 하든 간에,
같이 일하는 다른 사람들을 기분 나쁘게 만드는 사람이다.

A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하여,
B, C, D의 다른 문제들을 발생시키는 비효율적인 스피드는 정말 내 스타일 아님.


#.
게다가 이 곳 사람들은 도무지 내 말을 끝까지 듣는 버릇이 없다.
도대체 뭐가 그리 바쁜지 앞대가리만 듣고 뚝 잘라서 지맘대로 해석해버린다.

그렇게 의사소통을 뚝뚝 잘라가며 이리저리 뛰댕기는게 레스토랑 일이라면,
이건 정말 아무리 내가 서비스직을 좋아한다 해도 참을 수 없다.

물론, 나의 부족한 언어실력의 문제도 있겠지-_- 인정


#.
그러니깐,
일을 제대로 잘 하기가 얼마나 힘든가를 깨달았다고 할 수 있겠다.

손님에게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같이 일하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배려해주지 못 하는 행동을 서슴치 않는 사람이,
과연 일을 잘 하는 사람인가.

주인장이나 손님 입장에서 보면,
경제적인 관점에서 그는 일을 잘 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지만,
인간적으로는, 적어도 내게는, 전혀 괜찮지 않다.

경력자가 초보자와 함께 일할 때에는,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섞어 쓸 줄 알아야 한다.


#.
결론적으로,
장사해먹자는 레스토랑에서 인간미를 따지고 있는 나를 보면서,

나는 결코 내 장사해서 성공할 사람은 아니구나 라고 생각한다.



#.
아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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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byong